7월 15일(토) 산들모임 미동산 산행기

< 7월 15일(토) 산들모임 미동산 산행기 >

[아래. 김재현님 글]

지난번에 경험했던 조령산 신성암봉 등반을 기억하며 두번째로 참여하게될 문경 도장산! 도장산에 가겠다는 설레움에 평상시 보다 일찍 일어나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밥 준비를 마치고 한숨 돌리려는데 웬 새벽문자가 왔는가 싶어 짐짓 놀랏다! 혹시나 날씨문제로 산행 취소가 아닌가 하는 비관적 생각에! 아니나 다를까 좀 빗나갔지만 목적지 변경이라는 모임지기님의 문자에 좀 실망스러웠지만 우리고장 미원의 미동산이라도 간다는 말씀에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작은 콧노래가 나왔다. 그냥 미원에 있는 산악자전거로 유명한 산으로만 알고 있었던지라, 모임지기님을 비롯한 일행분들의 반가운 재회와 함께 미동산의 추억을 들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밤새 억수같은 비가 와서 온 산들이 깨끗하고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와 여러 가지 풀들이 우리일행을 반겨주는 임도의 푸른 숲속 길을 따라서 이야기 속에 함께 걸으며 내 두눈이 호사를 누리면서 고사리도 꺽고 땀도 어지간히 흘렸건만, 고라니 쉼터에서의 휴식은 정말 달콤한 힐링이 된 것 같다. 잡목, 은사시, 싸리나무 등 다양한 잡목과 함께 쭉쭉 뻗은 소나무 숲에 솔바람이 맑고 향기롭다. 울창한 초목속과 한 몸이 되어서 조용히 걷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오늘 같이한 동행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산행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아래. 이석호님 글]

오늘 낮의 강수 확률이 70%였는데 이미 새벽에 다 쏟아낸 연유런가. 산행 내내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고 간혹 햇님이 얼굴을 내밀어 준비한 우산을 양산으로 삼기도 했다. 촉촉히 젖어든 미동산(충청북도 수목원) 임도에 도열한 흠뻑 빗물을 머금은 잡목, 때죽나무, 싸리나무, 오리나무, 현사시나무, 튤립나무, 일본조팝나무, 측백나무 등 숲이 발산하는 기운을 만끽하는 7월의 싱그러운 산행이다.

때죽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하도 영롱해서 눈맞추다가 비에 젖은 민달팽이를 만났는데,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비 내린 아침이라 막걸리 한잔 할 친구를 찾아 주막 행차하시는고. 곡주가 고픈 산꾼의 눈에는 달팽이도 그럴 거라고 여겨지는가 보다. 비온 후 숲은 흠씬 더 풍성하게 품을 내어준다. 마치 어릴 적 누이들의 자애로운 그 눈빛처럼. 문득 옛 누이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건 숲의 정령들이 암시한 듯 만 듯한가. 꼬불꼬불 돌아가는 미동산 이 십리 길을 누이의 손을 꼬오옥~ 잡고 걸을 수 있다면 막걸리가 없다한들 그 무에가 대수이랴. 물론 있다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다 하리오만.

7월 장마의 끄트머리쯤, 때죽나무 열매에 매달린 누이의 땀방울 같은 달보드레한 느낌이 전해오는 숲길의 호젓함이 한없이 좋으리.

여기서 잠시 ‘누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미를 언급한다면, 어린 시절에 남자 아이들보다 정신 연령이 더 높았다고 여겨지는, 나이를 초월한 여자 아이들의 총칭이라 보면 된다. 대개 여자에 비해 하등 동물에 속하는 남자가 어린 시절부터 여자들의 지혜와 총기를 존중했더라면 성장한 후 훨씬 더 이상적인 남녀의 관계맺기가 가능했으리라 여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의 아둔미련으로 인하여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이를 깨닫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처럼 숲의 정령들에게서 다사로운 여성성을 영접하게 될 때 그 회한이 밀려들기도 하려니, 숲은 쉼없이 인간의 보편성 향상을 위해 지고지순한 은택을 베푸는 존재임을 또렷이 알게 된다.

세상의 누이들이여, 남자들이란 결국 하나 둘 제 자리를 찾아 옳은곬에 접어들 것임을 믿어주기 바란다. 다만 간혹 물질만능주의에 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빠릿함에 심하게 경도된 공허한 눈빛의 누이들과, 폭력적 남성들이 점한 권력 세계의 일원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광분하는 무개념한 누이들은 말고.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곱디 고운 심성을 간직한 개념찬 누이들의 눈빛에 의하여 온누리에 평화가 두루 깃들게 되리라. 이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노라. 나도 너도. 우리 모두.

– 2017.7.15.토. 7월 장마의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든 네 번째 미동산행.

때죽나무 열매
원추리 꽃